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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격 충분합니까?”…엄격해진 ‘입양 허가제’ | 이슈N칼럼 | 소통/공감 | 성남복지이음

“부모 자격 충분합니까?”…엄격해진 ‘입양 허가제’

- 아동인권 보호 이해하지만 입양부모 고려해 세밀한 보완책 나와야
주민등록등본, 혼인관계증명서, 최종학력증명서, 양친가정조사신청서, 범죄수사경력조회서, 범죄경력조회동의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

입양을 결심한 예비입양부모가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서류들이다.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입양 사실을 ‘신고’하기만 하면 입양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범죄 경력이나 알코올 중독 여부에 대한 증명서까지 제출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워졌다. 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양육 과정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법률로서 보호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입양을 준비하는 이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놀라기도 한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좀더 편리하게,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예비입양부모, 입양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인천시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한사랑가족축제에 필자도 참여해 입양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철수(가명)·정애란(가명) 부부는 입양을 준비 중인 예비입양부모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철수 씨와 자영업을 하는 애란 씨는 둘만의 여가생활을 즐겨온 단란한 부부이다. 부부는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라져 입양을 결심한 경우다. 현재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개정된 법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입양을 결심한 후 지금까지 경험한 일들과 소감을 물었다.
 


▲   인천시 인재개발원에서는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함께 한사랑가족축제가 열렸다. 사진은 기념식 후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입양가족들의 모습

철수 씨는 “행복한 마음으로 결심했던 입양이 고민거리가 되는 것 같아 좀 아쉬웠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면서 외국인 동료가 입양을 하는 모습을 접하게 됐다는 철수 씨는 “직장 동료가 아이를 입양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가고 있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조사관이 예비입양부모의 양육계획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부모를 살펴보며 입양가능 여부를 판단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철수 씨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입양을 부모가 되는 과정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아내와의 상의 끝에 마침내 국내 입양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하는 입양은 무언가 달랐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꼼꼼하게 부모를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절차와 방법 면에서는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선, 입양의 ‘허가’가 완전히 결정되는 시점을 문제 삼았다. 현재는 입양부모 자격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경우 만약 ‘입양 불가’ 판결이 난다면 아이와 예비입양부모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는 것.  

실제로 현재 입양을 앞둔 부모들은 입양기관을 통해 여러 차례 아이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한 번의 만남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으로 서로의 의사를 살피는 과정이다. 아이와 입양부모, 그리고 입양기관의 담당자 모두에게 길고 조심스러운 시간이지만, 건강한 입양가정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입양의 날 행사에 참석해 입양할 아이와 가까워질 시간을 갖고 있는 김 씨 부부. (아직 입양 허가에 대한 최종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공개를 원치 않았다)  

이 과정동안 예비입양부모는 자신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아이와의 교류를 시도하며, 아이 역시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부모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이렇게 자녀와 부모가 가까워진 뒤에 법원의 ‘입양 허가’ 판결이 결정되는데, 다행히 허가 판결이 나면 상관없지만, 불가 판결이 날 경우가 문제이다.  

김 씨는 “구비서류를 준비하면서 부모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꼼꼼하게 살펴본다는 건 이해했지만, 허가가 결정되는 시점과 아이를 만나는 시기가 적절하게 배치되지 않아서 입양부모와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공개 입양을 선택한 김 씨 부부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 역시 이런 절차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과 아이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을 만큼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혹여 법원의 판결때문에 아이와 이별해야 한다면 아이의 입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건 ‘한 번 입양에 실패한 적이 있는 아이’, ‘한 번 입양에 실패한 적이 있는 부모’라는 낙인이 생긴다는 것을 말한다. 연장아보다는 신생아, 남자보다는 여자만을 골라서 입양하는 부모들이 ‘한 번 입양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리 없기 때문이다. 또, 공개 입양을 결정하면 주변에 이미 입양사실을 알린 것이나 다름없는데, ‘공식적으로 부모가 자격이 없다’라는 판결을 받으면 그 사실을 편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입양의 날 행사에서 이설아 교육실장이 가족과 함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김 씨는 “허가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에서는 예비부모의 심리적인 안정을 검사하기 위한 ‘심리검사서’를 요구하지만, 입양을 위한 심리검사가 따로 준비된 것이 아니므로 지역에 따라 종합병원과 정신과, 상담센터 등에서 각기 다른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심리검사서는 대법원에서 입양을 위해 지정한 서류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지방가정법원의 재량에 따라 추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입양기관은 해당 지역의 종합병원을 주로 소개해 주지만, 그것 또한 추천일 뿐 지정된 것은 아니다. 

입양은 사회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라는 관계가 성립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의 매끄러움은 출산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부드럽게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 예비입양부모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입양가족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의 이설아 교육실장은 자신도 두 아이를 입양한 입양가족이며, 입양가족들을 위한 상담을 위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입양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이번 입양의 날에는 입양유공자로 표창도 받았다. 이 씨에게 앞선 인터뷰의 내용을 전하며 입양특례법의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씨는 “정책이라는 것은 한계성과 양면성을 가질수밖에 없지만, 현재 개정된 내용은 입양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한 의도가 강한 건 사실”이라며 “그동안 발생한 해외 입양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국내 입양을 우선하며, 원가족 보호에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도 있지만,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이해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전쟁 이후 대한민국에서 진행된 해외 입양과 국내 입양이 가진 문제점들을 설명하며 개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특례법 개정안 때문에 논란이 많다.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미혼모로서는 난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으로 입양된 아동이 성장해서 모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그 시작이 되는 것이 바로 생모의 출생신고다. 

마찬가지로 입양을 결심하는 부모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은 ‘파양(입양이 파기됨)’되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입양 아동의 부정적인 사례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수십 년간 신고제로 머물렀던 입양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어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실제 입양의 주체가 되는 부모들의 입장도 고려해 입양 절차를 좀더 부드럽고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츨처 : 공감코리아 정책기자 김상호(프리랜서) reporterk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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