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죄책감에서 탈출하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직장에 나간다는 이유로, 좋은 놀이학교를 못 보낸다는 이유로 마음 한편이 아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아이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엄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만한 죄책감, 그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본다.

엄마의 죄책감은 왜 생길까?

아이가 돌이 채 안 됐을 무렵,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 재미를 붙인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맴돌며 아이만 돌보던 터라 답답하기도 했고, 비슷한 고민과 궁금증을 안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도 받고, 정보도 얻곤 했다.
당시 읽은 글 중에 "아들이 네 살이 되면서 징징거리고, 떼를 쓰는 통에 하루 종일 시달려서 힘들어요. 아까는 아이가 떼를 쓰다가 이불 위에서 잠들었는데 너무 미워서 이불을 잡아당겼더니 아이가 떼구르르 굴러가네요"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댓글에 ''완전 공감해요. 저는 오늘 동생 괴롭히는 큰애 때문에 화가 나서 지나가다 슬쩍 뒤에서 밀었어요" "아이가 새 이불에 쉬했는데, 이불도 안 주고 재웠어요" 등 동화 속 계모의 악행을 연상시키는 글들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들을 이상한 엄마라고 치부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나 역시 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따라 몸이 피곤했는데, 9시면 자던 아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찡찡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달래주고, 업어주고, 자장가를 불러줬지만 두 시간이 지나자 인내심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고, 발버둥치는 아이의 발에 얼굴을 가격당한 후에는 아이를 거의 내동댕이치듯 잠자리에 내려놓았다. 그것으로도 성이 안 풀려 옆에 있는 베개로 침대를 두드리며 "도대체 왜 잠을 안 자? 젖도 먹었어. 목욕도 했어. 열도 안 나. 문제가 뭐야? 응? 도대체 왜 그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는 칭얼거릴 만큼 칭얼거렸는지 곧 잠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든 아이 옆에서 엄마가 참지 못해 미안하다느니, 다시는 안 그러겠다느니, 엄마는 우리 아기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느니 읊조렸다.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은 것. 엄마들이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는 이유는 대개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연세신경정신과의 손석한 원장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최상의 양육환경과 양육법을 제공하려는 마음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 자신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좌절감과 함께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자신의 기분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우울하거나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이에게 소홀한 자신을 발견할 때도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을 살펴보면 자신의 욕구를 먼저 생각해 아이를 방치한다거나 일관성 없이 체벌을 하는 등 정말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잘해주면서도 죄책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육아와 집안일에 치여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도 아이 먹는 것만큼은 유기농으로 골고루 챙겨 먹이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며 육아서를 통독한다. 아이가 낮잠 잘 시간에는 외출도 삼가는 등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춰 생활하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손석한 원장은 이에 대해 엄마의 개인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잘해주면서도 '이것이 최선일까' 스스로 의심하는 것이다.

엄마의 죄책감으로 생기는 부작용

엄마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이의 잘못보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스레 아이에게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로 이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이다.

문제는 죄책감이 때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나머지 무엇이든지 다 허용해주는 식의 태도가 그렇다. 예를 들어 워킹맘 중에는 아이가 잘못해도, 내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 그런다며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지 않거나 아이를 혼낸 다음 날이면 과자나 장난감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는 스스로 절제하거나, 규칙을 따르는 덕목을 익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며 집에서는 물론 또래 관계, 학교 생활에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자라면서는 엄마의 심리 상태를 알아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악용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뭐든 엄마 탓으로 돌리는 모습도 보인다.

상황별로 죄책감 솔루션이 다르다

가벼운 죄책감은 아이와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아이의 행동과 심리를 섬세하게 살피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책감이 클 경우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단지 '미안하다'는 감정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더 노력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권한다.

Case 1. 터울 적은 형제자매로 인한 죄책감

아이와 산책을 하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지나가는 엄마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물론 개인적인 감정이고, 그네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리라 생각하지만). 최근 본 딱한 장면은 돌 무렵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등에는 네댓살로 보이는 아이를 업고 가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업고 다니기엔 큰 아이였는데, 일을 보러 나왔다가 갑자기 업어달라 했는지, 아기띠도 없이 아이를 업다보니 엄마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숙인 채 한 팔로 아이를 지탱하고, 다른 팔로는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보니 엄마의 입장부터 생각나 안쓰러웠지만, 한편 큰아이 역시 엄마의 살냄새가 그리워 떼를 쓴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서 둘째 이야기를 물어볼 때면 "첫째 때문에 항상 아기띠에 매여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둘째가 안쓰럽다"거나 "한창 놀이터에서 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이것저것 체험해야 할 나이에 어린 둘째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 갇히는 첫째가 안쓰럽다"고 하곤 했다.
물론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또 아이에게 평생의 친구를 선물해주고 싶어 둘째를 가진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형제자매가 주는 든든함과 기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동생이 태어날 경우, 큰아이가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며 이 때문에 엄마는 큰아이와는 제대로 못 놀아주고, 작은아이는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생각에 두 아이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한 아이에게만 유독 애정이 간다면 죄책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양쪽 아이 모두에게 충분한 양육환경이나 시간, 애정을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든다면, 이는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부족함 없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완벽주의적 육아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녀야 인지, 정서, 신체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의 활동이 더 중요하며, 형제자매만큼 큰 자극을 주는 존재도 없다. 다만 아이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데, 이를 미안해하기보다는 각자에게 충분히 애정 표현을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문제로 죄책감을 가질 경우 부작용 역시 크다. 아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형제자매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해야 하는 존재로 볼 가능성이 높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위계질서가 분명한 경우에는 형이나 누나가 엄마 대신 동생을 보살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이 더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질투의 감정을 보인다. 또한 엄마는 형제자매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인지하면 죄책감 혹은 양육 부담감이 더욱 커지고, 지나치게 아이들을 간섭하고, 규제하고, 통제하면서 아이의 감정이나 행동을 억압하게 된다.

Solution

여유로운 마음짐을 가진다
완벽주의 성향을 지녔다면 엄마 스스로 자신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 본다. 이 상황은 환경이 그런 것이지 엄마가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충분하게 돌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책하거나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형제만큼 아이에게 큰 선물은 없어. 또 아이들 양육은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해!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기 암시를 통해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시간을 잘 분배한다잠깐씩이라도 개별적 상호작용, 즉 큰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나 작은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안정될 수 있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개성 또는 특성을 파악하는 시간이 되며,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만족감이 커진다.

터울이 적은 아이들일수록 직접적으로 애정표현을 한다스스로 '사랑받는 존재'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한다. '너희들'이라는 표현보다 엄마는 '네가 ~해서 참 좋다'는 말을 각각의 아이에게 해주되, 그 내용은 아이의 성향과 행동방식 등에 맞춘다. 이와 함께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엄마가 충분히 보살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너희끼리 있을 때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Case 2. 경제적 문제로 인한 죄책감

올해 초 아이를 기관에 맡기기로 결정했을 때 적지 않게 고민했다. 구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으나 다자녀가 아니다보니 점수가 부족했고, 아파트 1층에 자리 잡은 가정식 어린이집은 한창 뛰어놀 아이에게 답답해 보였다. 아직 세 돌도 안 된터라 '교육'보다는 '보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현재의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당시 애써 외면한 교육기관은 바로 놀이학교였다. 평판이 좋은 곳으로 풍문에 따르면 교사 1인당 아동 3명 비율에, 음식 재료는 전부 유기농으로 쓰고, 중국어와 영어까지 가르치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얼핏 들은 원비만도 어린이집의 열 배에 달했고, 정부 지원도 없는 터라 '아직 어린데 뭘'이라는 생각에 고민 대상에도 끼워놓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놀이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한명 한명 아이를 세심하게 돌본다는 이야기에, 아이가 집에서도 가끔 영어로 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내 선택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얼굴에 생채기라도 나서 오는 날이면 아동 수가 적은 놀이학교라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기면서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Solution

경제적인 상황으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좋은 놀이학교에 보내지 못하거나 좋은 비싼 책, 장난감, 옷을 사주지 못하는 것 등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아이에게 전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의 행복은 결코 물질적 풍요에 달려 있지 않으며, 형편에 맞지 않게 아이를 양육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경제적 수준에 맞게 양육하면서 마음 편한 엄마로 아이 옆에 자리 잡는 것이 더 좋다는 것. 게다가 만 4세 이하 아이들은 좋은 옷을 입지 못하거나 좋은 놀이학교에 다니지 못한다는 등의 경제적 편차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크기가 크면 좋은 것으로 인식하거나 뽀로로 신발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등 자신의 기호에 맞는 물건이 최고라고 느끼는 시기로 혹시 애가 주눅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런 마음은 아이가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엄마가 부러워하는 것이므로 아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버리도록 한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무엇보다 경제적 상황에 따른 죄책감은 주변과 비교하는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 등 삶의 단면적인 부분만을 보여주는 소셜 네트워크 등에 빠져 있을 때 더욱 가중되는 것. 가장 좋은 해결책은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이웃집 또는 친구의 아이가 어떤 교육기관에 다니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 결코 비교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아예 "아이 책 뭐 사줬어?"라고 질문하지 않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습관도 버린다.



case 3. 방치에 따른 죄책감

case 4. 엄마의 감정 조절 실패에 따른 죄책감

case 5. 워킹맘으로서의 죄책감

 
출처 및 자세히보기 : 맘앤앙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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