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진화인가? 공주의 부활인가? 

 
요즘 겨울왕국의 삽입곡 중 ‘let it go' 가 열풍이다. 디즈니의 작품들은 순수창작보다 동화나 민담을 참고해서 만든 경우가 많다. 겨울왕은 안데르센의 '눈의여왕'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겨울왕국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여성의 독립성, 자기 정체성, 순수에 대한 갈망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인공 안나와 엘사가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과 달리 독립적인 데다 남성의 사랑이 아닌 여성의 연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주의 진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겉으로는 ‘공주의 진화’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태생적 귀족 신분의 여성이 약간의 고난을 거쳐 해피엔딩에 이른다는 기존 디즈니 왕국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라며 오히려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이에 호응한 ‘공주의 부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불경기, 정치적 이슈범람 등 어두운 현실 속에서 긍정과 순수에 대한 갈망, 현실이 어려울 때 나타나는 복고적 회귀, 그리고 몇 년 동안 어린이 서사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드러내서도, 감정을 보여서도, 들켜서도 안 돼! 


엘사는 모든 것을 얼리는 능력을, 안나는 모든 것을 녹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엘사가 소수자의 은유라고 써놓은 글을 보았다. 그 글에서는 성 소수자라고 했는데, 단순히 성 소수자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소수자를 은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엘사는 손을 대는 모든 것을 얼게 만드는 자신의 마법에 두려워한다.  아버지는 엘사에게  '드러내서도, 감정을 보여서도, 들켜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실을 숨길 수 있는 장갑을 끼워주며 외부세계와 문을 닫고 집 안에서만 살게 한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이들의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로움의 자유를 찾아.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더이상 감출 순 없어

I'm free 난 자유야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난 바람, 하늘과 함께할거야

You'll never see me cry 난, 절대 울지 않을거야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성에 갇혀 살던 어린 시절,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발견하지 못하고 가족의 테두리에서만 살아가야만 했던 아이가  자기존재가 드러난(커밍아웃?) 이후에 모든 것을 떨쳐내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만의 단단한 얼음 궁전을 짓는 다.

그러나 엘사를 다르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동생 안나, 안나가 얼음궁전으로 엘사를 찾아온다. 그리고 엘사를 구하다 안나는 얼음이 되고, 엘사는 얼음이 된 안나를 가슴과 마음으로 품고 눈물을 흘린다. 엘사가 흘린 눈물이 모든 것을 녹이고 자매는 집으로 돌아간다.
 
성으로 돌아와 사람들 속에서 서로 다른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살아가는 모습은 이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겨울 왕국은 좀 특별한 성격이나 능력을 가진 아이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행복한 눈사람 올라프,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좋아"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올라프, 올라프는 엘사가 만든 눈사람으로, 안나와 엘사의 추억이 담겨있는 눈사람이다. 영화에서 올라프는 혼자서 귀요미짓도 다 하고 심지어 명대사도 자기가 다 소화해낸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좋아"라는 말을 할 때는 가슴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영화는 안나와 엘사를 통해서 가족애와 우정어린 자매애를, 안나와 크리스토프를 통해서 스며드는 사랑을, 그리고 올라프를 통해서 그 사랑의 진짜 의미를 이야기 하고 있다.
 
디즈니는 이번에도 단순한 이야기로 음악, 캐릭터를 동시에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늘 예쁜 꿈을 꾸고 싶어하고 디즈니는 그 꿈을 꾸게 해주고 있다. 
 
사진출처 : 겨울왕국 공식홈페이지 http://www.disney.co.kr/movies/fro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