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남시 복지정보통신원 활동가입니다.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심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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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노인보건센터에서 요양 중이신 어르신 20여 명과 봄 나들이를 갔습니다.
봄볕을 가득 받은 율동공원의 저수지가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아들입니다.
어제 비온 후라 그런지, 연산홍의 붉은 빛이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습니다.
복지정보통신원 역할인 복지기관 행사 취재 차 따라나선 저도 어르신 한 분을 맡아 봉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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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순 중반의 엄○○ 할아버지...
전직 교장선생님이었던 그분의 얼굴엔 어두운 빛이 감돌아 감히 접근하기가 그리 쉽진 않았습니다. 우울증을 갖고 있어 대화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김혜영 간호사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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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슴 속에 묵혀둔 응어리가 풀리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가슴을 억누르는 한을 쏟아 내기 시작하자 이내 눈에선 눈물이 글썽입니다.
우울증이 아니라, 쏟아 낼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 20여 분이 탄 휠체어가 호수 둘레 길을 천천히 돌면서, 봉사자들은 저처럼 어르신들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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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에게는 물질보다는 자기 말을 들어주는 진심어린 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호수 옆에 핀 튤립을 배경으로 사진작가님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입가엔 어느 새인지 해 맑은 미소가 가득합니다.
한 시간 남짓 부산을 떨자, 점심시간을 알리는 반가운 소리가 들립니다.
곱게 포장된 도시락을 일일이 뜯어주는 봉사자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살갑습니다.
말하는 것도 힘들었던지, 꽤 푸짐했던 밥과 반찬들이 게 눈 감치듯 사라졌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점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엄○○ 어르신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일 년에 몇 번 있으면 좋겠느냐고...
귀가 약간 어눌한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한 달에 두 번은... 힘들겠죠?”
저는 오늘 , 취재를 갔다가... 보람만 가득 앉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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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신 노인보건센터 선생님들, 사진작가님, 봉사자, 운전기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동행 취재에 도움을 주신 김혜영 간호사님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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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복지정보통신원 ‘따슴피아’ 방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