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어르신 주거환경개선 프로젝트 '해피빌딩하우스' - 고순례할머니편

"꿈은 이루어진다"

김아현, 김호재 복지정보통신원 | 입력시간 : 2015/05/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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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날씨가 매우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이날 태평3동 중앙시장에서 15분 거리의 한 골목길 주택 지하에 살고있는 고순례(67세)할머니 댁에 좋은 일이 생겼다.

 

얼마전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과 포스코 1%나눔재단이 함께하는 저소득어르신 주거환경개선사업 '해피빌딩하우스' 4번째 수혜자로 선정돼 도배와 장판, 씽크대를 새로 하고, 방화문까지 설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ICT 직원 9명과  복지관 봉사자 1명이 함께 나와 아침 8시부터 고순례할머니(67세)의 집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단 할머니를 한쪽 방에 모셔놓고, 봉사자들이 나머지 공간의 가구를 치운 후 시커멓게 곰팡이가 핀 벽지와 지저분한 장판을 거둬내고 나니, 시멘트 벽과 바닥에 습기가 잔뜩 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봉사자들은 촛불로 습기를 말린 후, 정성스레 할머니 집을 새단장하기 시작했다.    

 

▲   봉사자분이 집수리를 위해 가구들을 치워놓고 잠시 공사진행상황을 가늠해보고 있다.   © 김아현
▲   촛불로 벽의 습기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 김아현

 

기자는 잠시 북적거리는 집을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와 그 옆 골목길에서 벽지를 잔뜩 펼쳐놓고 도배준비를 하고 있는 포스코 ICT 봉사자분들을 쳐다보았다.  

 

▲ 골목길에서 도배준비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   ©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마침 그 골목길에는 이 프로젝트 담당자인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이하 '수정복지관')의 조동찬 주임도 있었다. 

 

봉사자분들이 도배,장판을 무척 잘하시네요? 

"네. 봉사하시는 분들은 이 봉사를 위해서 모두 전문학원에서 도배와 장판을 2달동안 배우셨습니다"

조동찬 주임은 '봉사자분들이 단순히 돈만 후원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독거 어르신들의 '해피하우스'를 만들어주시니 더 의미있지 않느냐'며 뿌듯해했다. 

 

'해피빌딩하우스'는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에서 기획한 사업으로, 포스코1%나눔재단측에서 8천만원과 봉사자들을 지원받아 올해안에 20개 가정의 집을 고쳐주는 프로젝트이다. 포스코1%나눔재단측에서는 이 사업을 5년간 꾸준히 후원해주기로 약속했다. 

 

▲ '해피빌딩하우스'를 기획 담당하고 있는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조동찬 주임(좌)에게 프로젝트의 의의을 들어봤다.   ©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지역의 힘든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 복지관의 일이니 항상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을 잘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그러다 작년에 한 어르신이 매우 지저분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녀분들이 정신장애가 있으신데, 집에 들어올때마다 밖에서 이상한 것들을 가져다가 집에 가져다놓으니, 집이 완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것을 치워야 한다고 계속 설득했는데, 어르신이 본인 물건에 다른 사람들이 손대는 것 싫다고 계속 거절하셔서 제가 1년을 쫓아다녔습니다. 결국 허락하셨는데, 그 집을 치우면서 정말 쓰레기차로 몇번을 실어날랐는지 모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건가요? 

"좀 전에 말했던 어르신의 경우 쓰레기를 다 치워드리고 나자, 10만원이 없어졌다고 해서 매우 난감했었습니다. 미리 귀중품을 치워놓으시라고 말씀드렸는데도 그냥 짐속에 두셨던 가 봅니다. 그런데 이미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차에 실려있는데, 다 뒤질 수가 없어서 그냥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1년간 어르신 설득하면서 쌓아놓은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렇게 저희들은 열심히 돕는다고 도와도 물건이 없어졌다고 화를 내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혹스럽습니다."

 

오늘 집수리를 진행하는 고순례 할머니는 조동찬 주임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3달동안 계속 만나서 이야기하며, 할머니의 주변환경을 다 파악한 후에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경우다. 

 

"혼자 사시는 고순례 할머니는 성남시 방문보호센터에 집에 곰팡이가 많아서 살 수가 없다고 먼저 호소를 해오셔서 저희가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입니다. 사진을 보니 환경이 매우 열악해 건강상 문제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직접 찾아뵈니 눈에도 문제가 있어서 지역 보건소랑 연계해 눈수술도 시켜드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 고순례 할머니의 어려움을 소상히 듣고 있는 조동찬 주임     © 김아현

 

통신원이 복지관 조동찬 주임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봉사자들은 도배준비를 다 끝냈다. 

 

이렇게 황금같은 주말에 이 봉사자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곳에서 봉사하고 계실까? 그 중 한분과 대화를 나눠봤다. 

 

"저희 회사는 매년 모든 직원이 연봉의 1%를 봉사기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의무적인 봉사시간도 책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봉사를 해왔고, 판교에 사옥이 있는 저희 포스코 ICT는 특히 연고지인 성남지역에서 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기업은 이 사회로부터 이윤을 얻어 살고 있으니 당연히 사회에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이 맞는 거지요.

 

그런데 올 1월에 회사에 이번 프로젝트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습니다. 그동안은 모두 '남한산성 쓰레기 줍기'같은 단발적인 것이었는데, 한달에 한 가정씩 1년간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는 것과 두달간 직접 기술을 배워서 봉사한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바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10명 한정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나름 엄선된 사람들입니다.(웃음)"

 

▲ 포스코 ICT에서 시니어매니저를 하고 있는 김원준 봉사자     © 김호재


는 지난 3월부터 오늘까지 3번째 '해피빌딩하우스'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내 부모님 생각하면서 봉사를 한다'고 전했다. 

 

"저희가 두달간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작업 환경이 많이 열악하고 상황이 조금씩 다 다르다보니 모르는 것은 계속 선생님께 물어봐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냥 대충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여기 봉사하는 분들 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시골에 계시거나 해서 자주 못 찾아뵙는데,우리가 꾸며드릴 집에 사시는 분들이 다 마차 내 부모님같이 느껴져 더 완벽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 우리가 봉사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봉사의 자리에 나오면 우리가 배우고 가는 것이 더 많습니다. 힘든 건 맞습니다. 그러나 직접 봉사를 해보십시오. 그동안 불평이 많았던 내 삶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고, 겸손과 배려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내 자신의 삶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원준 봉사자는 영업직에 있다가 최근 내근직으로 옮기면서 그동안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해 내적인 가치들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과 함께 그 부분을 채워보고자 봉사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봉사자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집을 고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훈훈해졌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도배를 하기 위해 좁은 집안 중앙으로 옮겨놓은 가구들을 피해 여러 사람들이 들락거리려니 집이 많이 복잡했는데, 그나마 할머니가 앉아계신 방만은 짐으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해보였다.  

  

할머니, 오늘 이렇게 도배,장판 새로하고, 집수리하시니까 어떠세요? 

"아휴.. 고맙죠. 나는 기초수급 45만원밖에 받아서, 세금내고 뭐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아무조건없이 와서 바꿔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더할 것도 없이 감사하죠. 그동안 곰팡이때문에 가구고 뭐고 다 안좋은데, 돈없어서 못 바꾸고 살았어요."

 

▲ 해피하우스가 지어지는 동안  할머니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5년 전에 할어버지와 사별하고, 아주 가끔씩 집에 오는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할머니는 많이 외롭다고 했다. 눈이 아프고 몸이 아프기 전에는 근처 교회도 다니고 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못다니고 있다. 

 

"시집간 딸하나가 있는데, 일이 많아 집에 못와요. 그나마 페인트칠하는 아들 하나가 가끔 들리는데, 더 자주 왔음 좋겠어요. 그동안 복지관에서 28살된 청년이 빵도 갖다주고 약도 갖다주고 자주 들락거려줘서 고마웠는데 오늘은 안왔네. 일이 있나? 청년 오라고 해요"

 

집이 좀 깨끗해졌으면 하는 할머니의 바램은 오늘 이루어졌다. 할머니의 두번째 소원은 아픈 눈이 떠지는 것인데, 수정복지관 조동찬 주임은 무료눈수술 서류를 관련기관에 넣어놔서 그 소원도 곧 이루어질 거라고 했다. 할머니의 세번째 소원은 아들,딸이 자주 집에 와서 외롭지 않게 사는 거다. 이 소원은 또 언제,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2015년, '해피빌딩하우스' 4번째 프로젝트로 진행된 고순례할머니 집고치기 프로젝트. 할머니집은 오늘만큼은 해피하우스다. 오늘 맞이한 할머니의 해피하우스가 매일의 해피하우스가 될 수 있도록 주변 이웃들 중 가슴으로 만난 할머니의 아들,딸,손자,손녀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 하루종일 수고한 포스코 ICT 직원들과 고순례 할머니, "할머니, 행복하세요. 화이팅~!"     ©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글/사진 : 복지정보통신원 '따슴피아' 김아현, 김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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